무릇 진보적인 운동은 다음 두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이는 운동이 아니라 부적응자들의 집단 일탈이며 난동에 불과합니다.
첫째, 그 사회의 고통과 분노의 지점이 어디인지 찾아야 하며 그 호소에 응답하여야 합니다.
둘째, 그 사회의 고통과 분노가 제거되고 아름다운 세상을 건설하는 경로와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교육운동은 무엇을 감당해야 하며 어떤 고통과 분노에 화답해야 하며 무엇을 보여주어야 할까요? 그것은 아이들의 신음이며, 교사들의 한숨입니다. 그것은 이들의 고통과 한숨이 사라진 행복한 학교, 아름다운 교육공동체입니다. 바로 여기서 오늘날 전교조를 포함한 교육운동의 80년대의 급속한 성장의 이유, 그리고 2000년대의 급속한 침체의 이유가 있습니다.
전교조는 80년대 교육현장에서 들어야 했던 고통과 분노를 정확히 들었고, 거기에 성공적으로 화답했습니다. 그것은 기본권마저 유린되던 가혹한 전체주의정권의 폭압에 대한 분노였으며, 자신의 지식과 소신과 어긋나게 그런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야 했던 교사들의 자조였습니다. 전교조는 그 폭압을 뚫고, 그 자조를 넘어 자유와 평등이 넘실대는 세상을 꿈꿀 권리를 내세웠으며, 모두가 하고 싶었으나 감히 하지 못한 말, 모두가 했으면 했으나 차마 하지 못했던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 전교조는 눈물이요, 감동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교육운동이 들어야 할 고통과 한숨은 무엇이겠습니까? 세상이 바뀌면 고통의 원인도, 고통의 지점도, 가장 슬프게 우는 사람들도 바뀝니다. 그리고 운동은 가장 슬프게 우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오늘날 들려오는 가장 큰 아우성과 호소는 어디에서 들려옵니까? 학교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황폐하게 하는 가혹한 학습노동, 정신적 신체적 학대에 내몰린 아이들의 저 헐떡거리는 신음과 절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도저히 교육이라 할 수 없는 헛짓거리를 강요당하는 교사들의 자조 섞인 한숨소리가 들려옵니다. 지금 저들의 목소리에 화답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운동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어디로 가고자 하는 것입니까?
돌아가야 합니다. 저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저 체념하고 자기비하에 빠지고 있는 교사들에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이들의 눈물을 닦고, 그 자리에 참으로 복되고 신명나는 교육공동체를 세워야 합니다. 어떤 이는 말합니다. 그런 교육공동체는 사회의 근본 모순이 제거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하지만 되물어 봅니다. 저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당장 무엇이라도 내어줌이 옳겠습니까, 아니면 “자본주의가 끝날 때 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이 옳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교사로서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그것은 저 아이들이 저마다 타고난 아름다운 본성을 온전히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즉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일이 그저 착한 마음과 헌신성만으로 가능하겠습니까? 교육에 대한, 전공에 대한, 그리고 인간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이를 아이들과 함께한 경험들로 숙달시키지 않는다면 그저 마음씨 좋은 어른이 아니라 교사가 그들에게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교사의 전문성입니다. 그렇다면 교사의 전문성은 그저 홀로 공부하고 실천함으로써 가능하지 않습니다. 모든 지식은 실천과 이론의 상호작용속에서 발전합니다. 이 상호작용은 개인의 외로운 실천이 아니라 더불어 실천하는 주체들의 자유로운 소통과 공유 속에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자,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소통과 공유입니다. 아이들의 눈물을 닦고 우리들의 탄식을 씻고 복되고 행복한 학교의 미래를 세워 나가기 위해 외롭고 고립된 실천이 아니라, 단지 마음씨 좋은 어른의 주먹구구식의 실천이 아니라 우리 교사들이 스스로 지식을 생성하고 소통하고 그 실천을 공유함으로써 교육의 주인이 되는 소통과 공유입니다.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동료들에게서 힘을 얻고,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그런 교사로 일어서고, 서로서로 일으킵시다.
지금 구상중인 사업(초안)은 이렇습니다.
(1) 현장 교육실천의 수집 및 지식으로의 소통
(2) 교육의제 발굴 및 비판적 담론화
(3) 대안적인 교육학 정립 확산
(4) 대안적인 지식ㆍ교육 소통 통로 확보를 통한 교육다중 획득
(5) 새로운 학습 및 교육 공동체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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